
이제 우리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소개팅 나가기 전에 내 이상형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투자할 때도 이러한 부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땀 뻘뻘 흘려가며 즐기지만, 어떤 사람은 자극적인 음식보다 슴슴하고 담백한 음식을 선호할 수도 있죠.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는 ‘고수익 고위험’이라는 자극적인 메뉴를 즐기지만, 누구는 ‘안정성’이라는 담백한 메뉴를 선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메뉴를 먹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소화가 잘 되느냐’입니다. 억지로 남의 취향을 따라가다가는 속만 버리기 십상이죠.
그렇다면 이 ‘투자 성향’이라는 녀석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서 함께 탐색해 봅시다. 첫째,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묶어둘 수 있는가?’입니다. 당장 내년에 집을 사거나 결혼 자금이 필요하다면, 10년 뒤에야 빛을 발할 주식에 ‘몰빵’하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반면, 30년 뒤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분이라면, 잠시의 흔들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릴 여유가 있습니다. 마치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기다리는 농부처럼요. 시간은 금보다 귀하며, 때로는 가장 강력한 투자 무기가 됩니다.
둘째, ‘나는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가?’입니다. ‘손실’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흐르는 분이라면, 공격적인 투자는 금물입니다. 주식 시장의 급락으로 자산의 20%가 사라졌을 때, 밤에 잠 못 이루고 계좌만 들여다볼 것 같다면, 그건 당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투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이번에 잃어도 다음에 더 벌면 되지!’라는 패기 넘치는 생각으로, 급락장을 오히려 ‘싸게 살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의 위험 감수는 당신의 투자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잃어도 괜찮다’와 ‘잃어도 된다’는 천지차이입니다. 잃어도 되는 돈은 애초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셋째, ‘나는 정보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입니다. 뉴스 기사 하나에, 혹은 주변 사람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린다면, 우리는 ‘민감형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분들은 잦은 매매로 수수료만 늘리거나, ‘가장 비쌀 때 사고 가장 쌀 때 파는’ 마법(?)을 부릴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만의 원칙을 갖고 웬만한 뉴스(찌라시)와 소문에도 끄떡없는 투자자라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둔감함이 곧 무지함은 아니어야겠죠. 최소한의 정보 습득과 분석은 필수입니다.
이 외에도 ‘나는 매달 꾸준히 저축하는 습관이 있는가?’, ‘나는 투자 관련 공부를 얼마나 하고 싶은가?’ 등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종합해보면, 자신이 보수적인지, 중립적인지, 혹은 공격적인 투자자인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MBTI처럼 말이죠. (물론 MBTI가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듯, 투자 성향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서 ‘이 주식 곧 떡상할 것 같아’라고 하면 솔깃해진다’라고 스스로 답한다면, 이런 분들은 불확실한 정보나 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뒤쳐지고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에 휘둘리는 타입이기 때문에 리스크 높은 투자상품은 적합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예적금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우량주, ETF에 조금씩 투자하는 것을 추천할 수 있겠죠. 자신의 약한 부분이 투자상품의 구조적인 특징으로 보완되니까요.
반면에,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위해 몇 년간 돈을 묶어두는 것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변동성이 큰 시장을 즐기며, 스스로 공부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답한다면, 이런 분들은 성장주, 테마주, 혹은 좀 더 변동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있다면 레버리지 상품이나 파생상품도 다뤄볼 수 있겠죠(다만 초보자가 다루는 것은 비추천합니다). 물론 ‘즐긴다’는 표현이 ‘무모하게 투자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결과가 ‘절대적인 나의 투자 성향’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투자 성향은 결국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알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시장 상황에 따라 심리가 변하기도 하고요. 오늘 당신이 ‘안정 추구형’이라고 느꼈더라도, 몇 년 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 ‘균형 추구형’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성향을 바탕으로, 목표 수익률과 위험 감수 수준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시작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투자 성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마치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한 기초 공사와 같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지진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지을 수 있듯, 자신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시장의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함께 다룰 다양한 투자 상품들이 바로 이 튼튼한 집을 짓는 자재들이 될 것입니다.